질문 1. 배우로서, 과대평가되거나 과소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질문 7. 현재의 사랑이 어떤 변화를 가져다 주었나요? 질문 17. 촬영 중인 영화 <튜브>에서는 이전의 배두나에게서 찾을 수 없는 어떤 모습을 볼 수 있나요? 질문지를 챙겨 넣고 약속 장소로 향할 때의 느낌은 질문 앞에 매겨진 숫자들처럼 명료하지 않다. 기사화를 전제로 한 대화는 취재원과 에디터의 면도날 같은 심리전으로 서로 상처를 내거나, 후렴구처럼 반복되기 일쑤다. 잘하면 속내를 훤히 드러내놓고, 10년지기에게서도 들을 수 없는 얘기까지 듣는 행운도 따르지만, 그럴 확률은 엄청난 금액의 복권 당첨보다 힘든 일이다.준비한 모범답안만 얘기하고 보여주겠다고 고집 피우는 이들을 윽박지를 수도 없고, 달콤한 초콜릿으로 유혹한다는 것도 가당치 않다.

"이만큼만 보여주자고 경계 짓지는 않아요. 인터뷰하면서 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거든요. 그런데, 의도하지 않은 식으로 내가 표현되는 거, 그런 일들은 상처가 되죠. 그래서… 솔직히… 멈칫하게 될 때가 자꾸 늘어가요." 심통난 어린 아이의 투정어린 말투가 부드럽게 파고들어 자유롭게 낙하한다. 이미 보여질 만큼 보여졌고, 너무나 많은 수식어로 포장되고 재생산되었는지도 모른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패션 모델(98년, 길거리 캐스팅으로 의상 카탈로그의 모델이 됐다). 운좋게 시작한 연기(<학교>로 드라마 연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스크린 위에서는 몇년째 기대주이면서 귀한 수확물로 인정받고 있다. 스타라는 호칭을 잠시 거머쥔 후 흔적을 감추는 이들이 전략적 마케팅에 의해 탄생하고 소비됐다면, 배두나의 캐릭터는 자발적인 것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대중들이 인에게 열광했던 때가 있었죠. 그 속에 진짜 배두나는 없었는지 몰라요. 그래도 좋았어요. 그런데, 배우가 되려고 하니까 짐이 되더라구요."

그녀의 인터뷰 장소는 청담동의 어느 레스토랑. 촬영을 위해 섭외한 바(bar)의 문을 여는 열쇠가 도착하지 않았기에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레스토랑에서 차를 마시며 얘기를 시작했다. 레스토랑의 실내는 사람들의 음성이 벽면으로 반사되어 요동치고 있었다. 분명, 조용한 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웨이터는 일행의 자리를 옮겨주지 않았다. "이게 청담동 대접이에요." 연예인 반 일반인 반인 청담동엔 연예인이라고 특별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인터뷰를 위한 조용한 장소를 찾는 일행에게 그 레스토랑의 인심은 야박했다. "이게 편해요. 특별 대접이라는 거, 가시방석이죠. 별로 기대하지 않아요. 그걸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분명, 저는 아니에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중년의 한 여성이 명함을 내밀며 사인을 부탁해온다. 실제로 보니 정말 예쁘시네요, 라는 배우에게 적당하지 않은 인사와 함께. "와,변호사님이시네!" 하더니 배두나는 자신의 이름을 새긴다. 화룡점정을 연상시키듯 <복수는 나의 것><튜브>를 써넣는 것으로 사인은 마무리 된다. 첫 영화 <링>을 촬영할 때는 '이 세계를 떠나야지' 생각했었다. 촬영장의 모든 스태프들이 단역 배우인 그녀를 서럽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플란다스의 개>를 하면서는 영화가 주는 즐거움을 온 몸 세포로 깨달았고, 배우라는 타이틀에 욕심을 냈다. "캐릭터 상품으로서의 배두나가 인기를 얻을때 연기력을 키워야 한다고, 그래야 생명력을 지닐 수 있다고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초등학생인 딸에게 한겨울에 미니 스커트를 입혀 놓고는 '추워도 참아라. 예뻐지려면 대가가 따른다. 대신, 외모를 드러내려면 속이 차야 한다'고 얘기했던 이가 바로 그녀의 엄마다.


청춘은 상당 부분 대역이 섹스 신을 처리했지만 '너무나 힘든' 과정이었다. 게다가 실제 연인 사이인 남자 배우와의 섹스를 치러야 했던 <복수는 나의 것>은 배우 신하균과 배두나를 몰랐던 사람들 조차 한번쯤 화젯거리로 올리기에 충분한 재료였다. "그거, 재정신으로는 못해요. 게다가 <복수…>에서는 제가 리드하는 설정이었잖아요. 소주 반 병 마셨죠." 그리고 배두나 최초의 블록버스터 출연작이 될 <튜브>가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흥행 배우'의 타이틀을 조심스럽게 내비친다. "너무 탐나는 건 아니지만, 흥행에 실패하니까 의기 소침해져요. 저한테 스타성이 없나 봐요." 반문하듯 말꼬리를 내린다. 하지만 배두나는 평자들의 편애를 받는 배우 아니던가. "배우 대접, 스타 대접 받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스태프들은 내 밑에 있고, 내 영화를 위해 존재하는 액세서리가 아니거든요. 그런 생각을 하는 배우들이 있기는 해요. 스태프들에게 못되게 굴고, 자기 기분 따라 짜증내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수많은 스태프들은 저보다 돈도 조금 받으면서 더 힘들게 일하죠. 영화를 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말이죠." 자신의 장점을 얘기해 달라는 질문에 한참을 뜸들이다 꺼낸 얘기다.

에디터가 준비해 간 질문지는 완성된 이터뷰 기사를 위한 시나리오다. 미국 <보그>의 프리랜서 라이터는 니콜 키드만 인터뷰를 위해 그녀를 세번 만났다. 그중 한 번은 니콜 키드먼이 도시락을 싸들고 필자의 집을 찾았다는 내용도 있다. 그렇게 자세히 관찰하고 대화하며 인터뷰를 하는 것과 우리의 현실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 여러 개의 질문을 건너뛰고, 숫자 12뒤에 적힌 '일을 결정할 때의 우선 순위'를 묻는다. "성취감이 주는 즐거움이 남들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면 과감히 놓아요. 지금까지는 그런 얄팍한 수법으로 버텨왔죠. 나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것만 고르는 식으로. 그래서 저더러 '곰의 탈을 쓴 여우'라고도 하죠." 목젖이 보일 만큼 안면 근육을 모두 이완시키고 웃는다. "잡지 촬영 때는 홍채렌즈를 착용하지만 영화 촬영에서는 사용하지 않아요. 홍채 렌즈를 끼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거든요. 저는요, 주름살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두나를 알기 우한 몇가지 에피소드에는 지금의 배두나를 설명할 수 없는 요소가 더 많다. 수학여행에서 술 마시고 밤새 춤추며 노는 친구들 사이에서 이온음료에 취해 잠들거나, 노래하라고 불려 나간 자리에서 울만큼 숫기 없는 아이로 중 고등학교를 보냈다. 카메라 앞에서 좋아하게 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혼자 노는 거 좋아해요. 무엇을 좋아하는 방식도 조금은 달라요. 누가 누구를 좋아하면 그 사람이 나를 알아주기를 기대하는데, 저는 달라요. 예전에 엑스 재팬의 열렬한 팬이었어요. 그 사람 음악을 피아노로 치고 싶어서 피아노를 배우고, 일본어도 독학했어요. 그걸로 행복해요." 스캔들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밝힌 신하균과의 관계. "하하하하. 제가 처음 사랑을 하는 건 아닐 거잖아요. 예전에는 사랑보다 일이 먼저였어요. 일에 방해가 되면 싫었거든요. 이번에는 달라요. 일이 뒷전이라는 얘기는 아니구요. 사랑을 하면서 일도 더 잘 해나갈 수 있는 멋진 여자가 되고 싶어졌죠. 능력 있고, 여유롭고, 안정된 모습이고 싶어요." 5월 말인 남자 친구 생일을 앞두고 이미 선물을 준비히고 있다는 배두나의 표정은 미궁 속에서도 빠져 나올 수 있는 지혜를 얻은 듯 보였다.

그녀의 얼굴은 선하고 지혜롭고, 나긋하게 닳은 웃음까지도 배어나온다. 동시에 사랑의 아픔따위는 조롱할 것 같은 웃음 소리, 잉여 생산되는 서툰 감정보다는 삶을 역전시킬 것 같은 등푸른 용기가 읽혀진다. 이 모두는 배두나를 설명해주는 몇 개의 기호들이다. 정작 자신은 과대 평가받고 있다는, 미칠 것 같은 부담감을 털어 놓았지만. 하지만 그 얘기조차 배우로 살아가는 즐거운 과정이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다.

에디터 / 박지선
VOGUE, 한국판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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