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스크린의 색채를 모두 다 가져버려. 너만이 할 수 있어.
"언니는 내가 영화배우가 될 줄 알았나요?
그럼요. 나는 알았죠.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일 아니었을까?"
거리에서 눈에 들어오는 이미지의 그녀는. 여자이면서 소년 같았고 소녀가 어느새 고양이가 되었다가 놀라운 질주로 스크린을 사로잡고 있을 것임을. 이미 예감하고 있던 일. 욕심 많고 아름다운 청춘의 당신에게 영화만이 선물 할 수 있는 모험의 세계가 기다리는 데, 그것을 다 가져갈 사람은 두나 인 것을. 2002 설날을 여는 희망 사항, 한국 영화의 꿈속에 너의 이름이 여배우라는 그 향기로 가득 찬 것을.
여기 알록달록한 드롭스 상자가 있다. 이중에서 어떤 것이 제일 맛있지? 나이 어린 조카는 다 먹을 거야. 다. 다 주세요라고 한다. 그럴 때 그녀의 눈빛이 주는 순수함이 있고 무모함이 있으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있다. 그래서 선택의 제안을 포기하고 그녀에게 다 주기로 한다. 이제 한국영화의 이름을 말할 때 모두가 그녀에게 그렇게 해주기로 한다. 나 역시도 그러고 싶다.
“욕심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요. 언어도 다양하게 배우고 싶고, 사진을 배우고 싶고, 스타일링 하는 것도 더 배우고 싶고, 말하는 것도 세련되게 말하는 법도 배우고 싶고. 그렇게 나는 배우의 생활이 연기의 생활이 재미있다고 느껴요.”
두나가 그렇게 말했다. 서점에서 나는 책 읽어주는 여자가 되고 싶어 서성거릴 때, 모든 잡지의 표지에 그녀가 빛나고 있는 모습을 발견헀다. 그 어느 것도 똑같지 않아서 나는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우리들’ 이라고 불리는 영화 사랑의 무리들은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는 배우를 할 거야. 우리의 예견은 맞았고, 배우로서 영화랑 자신을 동일시하고 사랑에 빠져서 더욱 반짝인다. 이상한 것은 그 어떤 컬러도도 그녀를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새로운 세대로 그녀를 묶어 두기에는 외계에서 파견되어 나온 것 같은 이상한 계획의 그림자가 우리를 낯설게 하기도 한다. 도대체 두나에게는 어떤 힘이 있길래.
“무색무취의 배우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최고의 찬사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난 제자리에 있는 건 아니니까. 처음에 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할 때 이성재 선배에게는
아하 저것이 배우구나 하는 것을 느꼈고, <청춘>을 하면서는 지금 아니면 하지 못할 가슴으로는 느끼겠는데 이성적으로는 안 움직여지는 그 충돌된 감정에서 컨트롤 하는 법을 배웠고, <고양이를 부탁해>에서는 같은 또래의 호흡조절이랄까 영화에 나를 내보이는 일체감을 배웠고, <복수는 나의 것>은 이건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님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죠.” 떨렸다고 했다. 영화를 하면서 처음 시도 해보는 캐릭터의 힘이 그녀를 떨게 했다고 했다. 그렇게 고백한다. 영화를 하고 있는 여배우로서 주목받는 자리에 있는 자신에 대해서 현장에 있다는 느낌을 그대로 실어와 이야기한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는 그 모습. 그런 것조차 마음에 든다고 사람들이 말한다. 그렇다. 두나는 지금 스크린이 주는 무한대 색채의 바다속에 자신을 던지고 사랑한다. 두나의 영화가 그렇게 계속된다. 언제까지고 여러 빛깔로 지속될 것만 같다.
2002 한국영화 신년 계획, 두나는 나의 것.
처음에 박찬욱 감독님을 만나러 갔는데 전 츄리닝 바람으로 나간 거예요. 감독님이 선글라스 끼고 양복입고 계신데 너무 멋진 거예요 말씀하시는 거랑 그 스타일이. <복수는 나의 것>하면서도 고문당하는 장면을 보고 잘 쳐다보지 못하고 으으으 하는 여린 감성도 있으신 거야. 이 작품을 캐릭터를 더 사랑하게 되었고, 박찬욱 감독님이랑은 꼭 다시 작품을 같이 하고 말거에요. 영화가 끝나고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배두나 추천한 사람이 누군지 기억해내서 상을 줘야겠다고.” 이건 자화자찬 같지만, 전 <복수는 나의 것> 이 영화가 너무 자랑스러워요.
삶에서 틀이 많은 일상에서 혹은 사회의 규율에서 잠시 일탈하고픈 시기가 있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배두나가 보여주는 캐릭터가 그렇다. 이건 겉멋이
들어서 배우나 하려는 어설픈 시도가 아니다. 치열한 삶이고 진정한 몸부림이다. 그리고 진짜 죽이지 않는 건 죄가 되지 않으니, 가지지 못한 자로서의 유괴는 용서 될 수 있다고 주위를 꼬드긴다. 현실은 일탈 했을 때보다 정면으로 부딪혔을 때 더 잔인하다. 그 가운데 친구와 동료로서 혹은 이성으로서의 사랑이 있고 아버지가 딸에게 지니는 맹목적일 만큼 진한 피의 사랑이 있고 그것이 충돌하여 묘한 굉음을 일으키며 사회의 규율에 파장을 일으킨다. 일탈에서 시작된 작은 음모의 파장은 개인에게는 크고 사회에는 작은 흠집을 남기게 될지는 몰라도. 한 사람과 개이의 일생에는 놀라운 힘으로 작용된다.
“캐릭터 자체, 캐스팅이 어떤 가 그런 것 보다는 영화를 볼 때 그 중심으로 이끌고 가는 감독님을 보게 되고, 그냥 믿음을 가지고 싶어요. 그래서 <고양이를 부탁해>도 했던 거예요, 만두 먹는 장면이 맘에 드는 그 영화가 나의 영화로 선택되기 전에 감독님의 단편은 나에게 또다른 메시지를 주었어요. 그렇게 <복수는 나의 것>도 나에게는 가슴을 움직이게 할만한 매력이 있었고, 영화가 마무리 되고난 지금 함께 한 시간을 생각하면서 힘든 만큼 성취감을 주는 영화의 매력을 다 알지는 못한다 해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어요.”
사랑에 빠진 두나의 매력을 우리도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그녀를 사랑하게 될 거라는 행복한 예감은 바로 2002 한국 영화가 주는 풍성한 선물 같은 느낌이다.
“난 선진문명이랑은 거리가 멀다니까요. 주변에서 N세대 할 때도 이상한 느낌이었어요. 이제는 M세대라 한다지요. 최근에야 노트북을 구입해서 DVD도 보고, 포토샵 이랑 인터넷 하고 지낸다니까요. 학창 시절에는 집에서 만화책 보고, 혼자서도 잘 놀고 일기 쓰고 그렇게 지내서 요즘에도 엄마의 안목을 빌려 함께 시나리오도 읽어보고 해요. 적어도 영화 작업을 하면서 기회를 잘 잡게 되고 좋은 평가를 받게 되는 것 같아 행복해요. 하지만 절대 감정만을 실어서 힘을 주는 그런 연기는 하지 않을 거예요. 그런 건 못 견디겠어. 내가 자랑스러워하는 작품<복수는 나의 것>이 연기의 길을 더 알려 주었다고 생각해요. 내가 하고픈 일을 하면서 하나씩 깨닫고 배워갈 거예요.”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했다. 이 젊은 여배우는 감독을 보고 영화를 선택한다고 했다. 영화는 움직이는 동영상의 미학이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 동영상이 하나하나의 정지 미세한 정지 화면이 모여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녀는 정지 화면의 매력을 그 누구보다 많이 체험하고 시간의 느낌을 가장 잘 잡아내는 최고의 모델 이었고, 카메라를 잡아끄는 매력이 있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러니 영화에 죽고 사는 당신들에게 두나는 나의 것 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영화의 것이고 영화를 사랑하는 나의 것이다.
사진작가 전승호 (프리랜서 포토그래퍼), 스타일리스트 이주희, 의상협찬 이정우,
메이크업&헤어 Caris 김민아
씨네버스, 2월호.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