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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 "거침없이 도전한 20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
2014-05-15 15:15
 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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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두나(35)의 작품 행보는 독특하고 흥미롭다. 그는 그동안 봉준호 박찬욱 등 국내 영화계 ‘거장’들과는 물론 미국의 워쇼스키 남매,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해외의 걸출한 감독들과 함께 작업했다. 그런 와중에 TV 로맨스물, 주말 연속극에도 모습을 비췄다.
배두나는 또 ‘고양이를 부탁해’(2001) 등의 현실과 맞닿은 인물과 SF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2012) 등의 공상적인 캐릭터를 무리없이 오간다. 가히 국내 동년배 여배우 중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고 할 만하다.
그의 이러한 필모그래피가 말해주듯 새로운 시도, 개성, 자유로움 등의 키워드는 배우 배두나를 관통한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두나는 왜 이런 단어가 그를 수식하는지를 더 제대로 알게 해줬다.
배두나는 할리우드 데뷔작인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복제인간으로 살다가 2년 만의 복귀작 ‘도희야’(감독 정주리)를 통해 다시 현실적인 인물로 돌아왔다. 이번에 그가 연기한 역할은 폭력에 노출된 14살 소녀 도희(김새론)를 지키는 파출소장 영남이다.
배두나는 이번 영화를 결정하는 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5월 영국 런던에서 영화 ‘주피터 어센딩’을 촬영할 당시 이창동 감독을 통해 시나리오를 건네받았고 읽은 자리에서 바로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보통 때와는 달리 ‘도희야’를 결정할 땐 고민도 걱정도 없었다”며 “무조건 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그저 이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과거엔 캐릭터나 감독 등 따지는 요소가 많았는데 경력이 쌓일수록 단순해지고 용감해지는 것 같아요.(웃음)”
6주간 진행된 촬영 일정은 고단했지만 젊고 열정적인 스태프들이 모인 탓에 현장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았다. 그는 “프로페셔널한 시장에서 일했던 배우들과 퀄리티 높은 스태프들이 뭉쳐 친구들끼리 하듯 ‘인티밋(intimate)’하게 작업했다”며 “어렸을 때로 돌아간 기분마저 들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배두나는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캐릭터 영남이 도드라지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이 영화는 도희의 행동과 결심이 포인트”라며 “도희가 영남의 일상에 들어오기 전까지 관객에게 힌트는 주되 굳이 강요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뿌리를 박고 있는 나무’처럼 도희를 옆에서 지키는 역할에 충실하고자 영남의 혼란스런 내면은 최대한 감추려 했다.
이로 인해 영화는 관객에게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를 준다. 얼굴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배두나의 연기는 결과적으로 관객이 능동적으로 영화를 읽도록 돕는다.
영화의 열린 해석을 추구하는 배두나는 인터뷰 중에도 기자의 영화에 대한 또 다른 시각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내가 말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 관점을 듣는 게 더 재밌다”며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해석이 나올 땐 “듣고 보니 감독님 천재 같네”라며 흥분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배두나가 ‘도희야’를 택한 또 다른 배경에는 도희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깔려 있었다. 그는 ‘20년만 젊었다면 욕심냈을 캐릭터’라고 말할 만큼 도희 역에 매료됐다고 한다. 그런 도희를 연기한 김새론에 대한 배두나의 평가는 칭찬 일색이었다.
특히 김새론은 도희의 극중 학대신 등 어린 배우로서 감당하기 쉽지 않은 장면들을 소화해야 했다. 이에 대해 배두나는 “이 역할을 하겠다고 결심했단 사실만으로도 놀랐을 만큼 얼마나 힘든 연기인지 잘 알고 있었다”고 무거운 표정을 보였다. 이어 “새론 양이 그만큼 배우로서 욕심 있는 친구란 걸 알았고 난 그가 최상의 연기를 해낼 수 있도록 옆에서 돕겠다는 각오였다”고 덧붙였다.
“비키니를 함께 입은 채 촬영하는 신을 앞두고 새론이가 창피하다고 말하더라고요. 저도 물론 부끄러웠지만 그 상황에서 오히려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해주려 노력했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 우릴 아무도 여자로 안 본다. 다 배우로 보지’라는 식으로. 그때 새론이에게 ‘너무했나’라는 생각이 지금도 들긴 하지만 툭툭 털고 일어나듯 견뎌내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배두나가 김새론에게 알려준 마음가짐을 듣고 있자니 그가 그동안 어떤 자세로 배우 생활을 견뎌왔을지 감히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그동안 남들이 쉽사리 시도하지 않은 영역을 넘나들길 서슴지 않아온 배두나는 ‘도전은 중독되는 것 같다’는 지론을 내놓는다. 반복된 도전은 그에게 ‘더 센 것도 버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를 선물했고 이는 어느 순간 면역처럼 ‘더 한 것도 했는데 이것도 한 번 해보지’라는 자신감으로 완성됐다.
배두나는 자신의 출연작 중 “정말 좋은 기회였다”고 꼽는 영화 ‘공기인형’(2009)도 이 같은 마음으로 임했다고 한다. 배두나는 “20대 초반에 어려움을 많이 겪어내서 그런지 ‘공기인형’을 했을 때 아무 것도 힘들지 않았다”며 “긴장한 감독님에게 농담을 건네 분위기를 풀어갈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도전하고 거침없이 살았던 게 지금에 와서 많은 도움이 돼요. ‘도희야’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감독님이 장편영화는 처음이다 보니 당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히려 그때마다 제가 ‘이런 일도 다 있어요’라는 식으로 위로하고 있더라고요.(웃음)”
늘 새로운 시도를 즐겼던 20대를 거쳐 30대 중반에 접어든 배두나는 어느새 그렇게 강해져 있었다. 이는 현재에 충실하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없이 즐겨버리는 그의 타고난 성향에서 기인한 면도 있다. “이번에 칸에 두 번째 가는데 저번에 가서 보니 되게 좋더라고요. 환상적이었어요. 왜, 한 번 가 봐서 더 설레는 느낌 있죠? 이번엔 더 신나게 즐기고 놀다 오려고요.”
기사 원문 >>> http://tvdaily.asiae.co.kr/read.php3?aid=1400116840697795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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